마해영이라는 이름

부산에서 태어나면 누구든 잠정적인 롯빠의 본능을 내재한다는 23년차 부산토박이 내게 있어 마해영이라는 이름은 곧 롯데였다. 야구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지난 시간속에서도 마해영이 롯데에서 방출되었다는 이야기는 무척 충격이었고, 부진한 성적으로 전전긍긍한다는 소식에는 무척 가슴아팠다. 야구의 야 자도 제대로 모르는 소녀(이제는 아니지만)에게 마해영은 그런 존재였다.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다. 아직 국민학교였던 시절이기도 하다. 당시의 마해영은 누구나 인정하는 롯데의 레전드였다. 어른들이 모였다 하면 야구 이야기, 롯데 이야기를 했고 마해영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코찔찔이 우리들에게 마해영을 연호하는 것을 먼저 가르쳤을 정도니까 그 당시의 마해영이라는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인정하고도 남는다.

마해영 선수의 자식들이 아빠 이름덕에 반장인가 회장이 됐다는 말을 웃음으로 넘길 수 없는게, 내 또래 친구중에 마해영이 친척이라는 아이가 있었고 이젠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애는 학교의 일략 스타였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마해영과 관련된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다.
가끔 TV에서 롯데의 경기를 볼때마다 '아빠 마해영 나왔어요? 잘쳐요?' 하고 물어보는게 일상이었다. 4번타자가 왜 중요한지는 모르면서 '롯데의 4번타자 마해영'은 늘 연호하고 다녔다. 롯데의 4번타자에 마해영이 아닌게 이상한거였고, 롯데의 4번타자는 마해영 뿐이었다. 우습게도 내가 TV를 볼때마다 마해영이 홈런포를 쏘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없긴 했어도 세뇌되다 시피한 마해영에 대한 믿음은 곧 롯데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는 아직도 야구를 그렇게 잘 안다고는 말 못한다. 롯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빠져서 응원하기 시작한것도 올시즌 들어서다. 롯데가 그동안의 부진을 깨고 상승세였기 때문에 빠져든 것이기도 하고, 사실은 마해영이 롯데로 돌아온다는 기사를 시즌 전에 봤기 때문도 있다. 그가 얼마나 부진했고 지금 고작 1할대 타율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나 롯빠들에게도 퇴물취급 받고 수 많은 인맥/연줄 비리에 연관되어있다거나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마해영이 롯데에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한거다. 올 시즌 몇 경기 올라올 때 마다 어처구니 없는 스윙이나 플라이로 허탈감에 빠지게 만들게 해도 사직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와 같았으면 같은 믿음이 있었던거다. 얼마전 밀어내기 볼 넷으로 1천타점을 달성했을 때 나는 퇴근하는 차 안에서 라디오로 그 순간을 맞이했고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가 올 시즌 초반에 홈런포를 터트렸을 때 눈물 흘린 사람들이 있는 것 처럼(아쉽게도 나는 그 경기를 보진 못했다) 천타점을 만드는 순간 그게 비록 화려한 홈런포나 득점타는 아니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짠해졌다.

마해영의 롯데는(이 말을 쓰기가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내게 있어서의 그 당시의 롯데는 마해영의 롯데였다) 그가 롯데에서 사라졌을 때 이미 사라졌다. 돌아온 지금이라 해서 마해영의 롯데가 되는것도 아니다. 시간이 흘렀다. 코찔찔이 초딩이 처녀가 될 나이가 되버렸고, 그동안 그가 휩쓸려온 세월이, 그 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고 더 미래가 있는 후배들이 현재의 롯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번에 2군으로 내려갔으니 로이스터 감독이 팬 서비스를 위한게 아니라면 다시 1군으로 콜업 될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 어쩌면 이렇게 그의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억울하다거나 분한건 아니다. 그저 약간 서글플 뿐이다. 그와 동시에 안도도 든다. '롯데의 마해영'으로 시작해서 '롯데의 마해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는게 안도가 드는것이다. 삼성, LG의 마해영이 아니라 롯데의 마해영. 이제와서 마해영이 보다 많은 타점을 올려주길 바란다거나 전성기때처럼 홈런포를 뻥뻥 날려주기 바라는게 아니다. 롯데의 마해영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주기를. 저 미래가 밝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남아주기를. 불협화음없이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후회하지 말고 야구를 할 수 있기를. 나는 이제 그의 이름을 새로이 가슴에 담으며 소망한다.

내 어린시절 축구의 영웅은 황선홍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어린시절 야구의 영웅은 마해영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의 이름은 나의 영웅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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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 | 2008/06/24 15:00 | 주접대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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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알끄 at 2008/06/24 15:13
아 정말 그 당시 마해영은 진짜 장난 없었는데 T_T
Commented by RALL at 2008/06/24 15:41
ㅠ_ㅠ
Commented by 智媛 at 2008/06/24 16:22
마해영...다른팀도 레전드는 있지만 유독 롯데와 롯데팬에게 있어서 레전드는 더 각별한 의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겐 롯데 하면 떠오르는 건 염종석이라는...ㅜㅜ 꼬꼬마 국딩이었던 92년 가을, 그해에 데뷔고졸 투수가 한국시리즈를 휩쓸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Commented by RALL at 2008/06/24 19:11
염종석 이번에 콜업된게 기쁘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ㅠㅠ 하지만 염종석 선수도 힘내서 송회장님처럼 롯데의 레전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at 2008/06/24 17: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RALL at 2008/06/24 19:12
네, 정말 레전드. ㅠㅠ

전성기같을 순 없겠지만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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